국내외로 ESG 공시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글로벌 공시 기준 중 어떤 것을 우선하여 대응해야 할까.
한국지속가능성연구회(KISSA)는 21일 법무법인(유) 율촌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BNZ파트너스의 지원을 받아 ‘ESG 공시기준의 글로벌 공시기준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 기업의 대응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김이배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겸 한국지속가능성연구회 대표는 “세미나를 기획할 때 글로벌 ESG 공시 동향과 7월 21일에 발표 예정이었던 한국의 ESG 공시 로드맵에 대한 분석 및 전문가 의견을 전달드리려고 했으나, 발표 일정이 연말로 미뤄졌다”며 “ESG 공시 로드맵 대신 기업이 공시 의무화에 대한 대응 방법을 모색해 보는 세미나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발제자들은 글로벌 3대 공시 중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과 IFRS 재단의 지속가능성정보공시 기준(S1, S2)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이 해당 기준에 대응하는 게 유리한 점을 설명했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IFRS의 지속가능성정보공시 기준,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EU ESRS에 대한 발표를 맡았다.
IFRS 기준, 기업의 부담 고려…상호운용성과 경과 규정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3대 글로벌 공시의 관계와 중요성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ESRS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 규정은 의무 규정이라 중요한데, 적용 대상은 수출 기업에 제한된다. IFRS 기준은 국가가 도입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도가 의무 규정보다는 낮으나, 도입되는 경우에 우리나라는 KSSB 기준이 ISSB 기준을 거의 비슷하게 도입하기 때문에 공시 의무화의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들에게 중요도가 급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전자는 의무공시로서 중요도가 높으나 적용 범위가 좁고, 후자는 자율공시지만 영향 및 적용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ISSB 기준과 ESRS는 목적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ISSB 기준은 ‘일반목적재무보고서’의 주요 이용자, 즉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한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일반목적재무보고서가 공개하는 재무 정보의 일부로서, 사업보고서와 함께 공개된다. ESRS는 기업들이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전략의 수정을 요구하고, 투자자를 포함한 다중 이해관계자에 초점을 맞춘다. 전자는 ‘재무 정보’에, 후자는 ‘비즈니스 전략’에 방점이 있다.
전규안 교수는 ISSB 기준을 대응하는 게 다른 글로벌 공시 기준에 대응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ISSB는 기준은 개발 목적 자체가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의 영향을 공시하기 위한 공통의 언어를 제시하기 위함에 있으며,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에 따라 ESRS와도 중요한 공시 내용을 공유하며 중복 공시를 피할 수 있기에 글로벌 공시의 최소 기준의 위치를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ISSB 기준은 3대 공시 외에도 산업별 기준인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표준과 기후관련 재무공시 기준인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태스크포스(TCFD) 권고안 기준도 반영했다.
전 교수는 “ISSB 기준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준을 고려하여 경과 규정을 뒀으며, 공시 도입의 주체는 국가이므로 각국 사정에 맞게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RS, 사업 전환 전략에 초점…명확한 지침 제공하여 도입 용이해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기업은 결국 탄소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전략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ESRS가 적용하기에 적합하며, ESRS의 E1은 IFRS S2와도 호환된다”고 설명했다.
ESRS는 EU의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기반한다. 임대웅 대표는 “택소노미 공시란 매출액을 통해 나의 현재 비즈니스가 얼마나 녹색인지, 그리고 자본적 지출(CAPEX)과 운영 비용(OPEX)를 통해 미래 비즈니스가 얼마나 더 녹색화될 것인가에 대한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현재 부족한 지점보다는 앞으로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공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대웅 대표는 “ISSB는 단일 중요성이고 ESRS는 이중 중요성이라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ESRS는 법정 문건이고 무엇을 써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을 순서에 따라 기재하면 되므로 대응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택소노미 공시는 5단계로 이뤄져 있다. ▲전체 경제활동의 목록화 ▲경제활동별 K택소노미 및 EU택소노미 대상(eligible) 여부 확인 ▲대상 경제활동별 K택소노미 및 EU택소노미 기준 분석 및 적합성(alignment) 여부 확인 ▲대상 경제활동별 최근 3~5년간 매출액, CAPEX, OPEX 데이터 수집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또는 사업보고서에 관련 정보 공개이다.
임 대표는 “국내 기업은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는 우선 EU택소노미를 기반으로 만든 K택소노미로 공시하고, 단계적으로 EU택소노미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택소노미 공시의 목적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단순하게 공시하는 게 아니라 탄소중립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ESG 공시제도 로드맵, 정부는 공시 목적부터 생각해야
한국 ESG공시 제도 로드맵에 대한 제언 발제를 맡은, 정광화 강원대학교 교수는 “기업은 ESG 공시 의무화가 법적 책임을 부여하므로 공시 시점과 적용대상, 스코프3 공시, 인증 등 정부에 공시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화 교수는 “정부가 공시 규정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공시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며 “ESG 정보가 재무공시 안에서 비재무제표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여 기업 가치를 판단한다는 목적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업이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자는 공시대상을 확대하고 스코프3 공시를 산업에 관계 없이 적용하며,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를 허용하고 인증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서 정보의 신뢰성을 시장이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후자는 탄소배출량이 실질적으로 저감되는 범위로 공시 대상을 한정하고 스코프3 역시 중요도가 높은 산업에게만 요구하며 법정공시로 적용하고 인증 의무화와 사후 점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광화 교수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한국 ESG 공시제도 로드맵 제안을 소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1단계 공시인 거래소 공시를 2025년부터 2년, 2단계 공시인 법정 공시를 2027년부터 시작하고, 자산 규모에 따라 1조원 이상인 기업은 27년부터 대형 코스닥 기업은 2029년부터 중요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토론은 박종성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윤용희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이상열 한양대학교 교수,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 조봉순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임팩트온
토론 패널로 참석한 박종성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ESG 정보공시는 사업보고서에 포함해서 법정 공시하고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인증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이지만, 규정을 의무화하는 데 있어서 정책 당국이 중요성 판단 기준을 빠르게 결정해서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시제도가 안정될 때까지는 제재보다는 계도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용희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는 “공시 기준을 엄격하게 설계한다면, 정보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기준을 비롯한 규제가 이 기준을 바탕으로 마련되므로 투자자에게 정보를 공개한다는 측면과 동시에 소송과 처벌 문제를 내포하는 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열 한양대학교 에리카 교수는 “세 가지 글로벌 규정이 유사한 점이 있으나, 미국 SEC 규정의 차별화된 점이 함의하는 바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SEC 규정은 S-K와 S-X로 구분되는데 S-K는 비재무제표 정보 공시, S-X는 재무제표 공시로 두 가지 공시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금융사의 입장에서 ESG투자는 초과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ESG를 더 잘한다고 해서 투자를 더 하기가 어렵다”며 “한국도 ESG 중 환경(E)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 거버넌스(G)에 더 집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순 서강대학교 교수도 “ESG는 각 요소가 균형 있게 고려되기보다는 E 중심, 그 중에서도 기후를 중심으로 정보 공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ESG는 전 지구적 문제이기에 글로벌 표준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논의가 흘러가고 있는데, 문화적 맥락이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S) 부분도 글로벌 표준을 그대로 도입하는 게 가능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IMPACT ON(임팩트온)(http://www.impacton.net)